아래의 내용은 임은정 검사에 대한 일화와 내면의 심리를 관상가라는 제3자의 눈을 빌어 재미나게 구성하였습니다. 내용은 허구이니 오직 재미와 흥미로만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남선생의 예언
전주 한옥마을 골목 안쪽, 30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상가 남선생의 방은 언제나 어둑했다. 그는 형광등을 켜지 않았다. 촛불만이 얼굴을 제대로 비춘다고 믿었다.
2024년 가을, 한 지인이 사진 한 장을 건넸다.
"이 사람 좀 봐주세요."
남선생은 한참을 말없이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넓고 평평한 이마. 깊이를 알 수 없는 눈. 불필요한 말을 삼가는 듯한 다부진 입매. 견고한 얼굴 구조.
"이 사람..."
남선생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학자(學者)의 얼굴입니다."
"검사라고 하던데요?"
"직업은 검사일지 몰라도, 본질은 학자입니다. 이 이마는 방대한 지식을 저장하고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이마이고, 이 눈은 현상의 이면을 파고들어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눈입니다. 이 사람은 진리 탐구자입니다."
남선생은 사진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곧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시스템'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될 것입니다. 이 견고한 얼굴 구조를 보십시오. 타협이 없습니다. 원칙과 소신이 바위처럼 단단합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남선생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촛불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학자가 자신이 연구하던 시스템의 일부가 되면, 두 가지 길밖에 없습니다. 시스템을 바꾸거나, 시스템에게 배척당하거나."
그날 밤, 남선생은 수첩에 짧게 기록했다.
'진리를 향한 자, 진리를 수호하는 자들과 마주서다.'
공청회장으로 가는 길
2024년 11월, 국회.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서울동부지검 임은정 검사장이 회의실로 들어섰을 때, 이미 자리는 반쯤 차 있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앉았다.
오랫동안 검찰 내부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사람. '내부 고발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사람. 조직 내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람.
그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명확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서.
회의는 형식적으로 시작되었다. 발표 자료가 넘어가고, 예상 가능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평범한 공청회였다.
그런데.
문제의 순간
발언권이 임은정 검사장에게 넘어왔다.
그는 준비한 서류를 펼쳤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정 장관의 개혁안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이 개혁안은 검찰 권한 축소에 미온적입니다. 보완 수사권 폐지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자리에서 몸을 움직였다. 긴장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정 장관조차 검찰에 장악되어 있습니다."
0.5초.
그 짧은 순간, 회의장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임 검사장은 멈추지 않았다.
"현 정부의 법무부 인사가 잘못되었습니다. 친윤 검사들이 요직을 맡으면서 개혁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개혁을 가로막는..."
그가 한 단어씩 끊어 말했다.
"개혁 5적(敵)이 있습니다."
남선생은 이렇게 말했었다. '이 사람의 눈은 현상을 피상적으로 보지 않고, 왜?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학자가 자신이 연구해온 시스템의 본질을 공개적으로 진단한 순간.
균열과 폭발
그로부터 며칠 후, 검찰 내부망이 들끓기 시작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가 글을 올렸다.
"임은정 검사장님께서는 정치 쪽만 바라보며 일은 소홀히 한 결과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직격탄이었다.
"다른 검사들의 외침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형사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셨는지 의문입니다. 대전 중경단 부장 시절 상당한 미제 사건을 남기셨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더 나아갔다. 그는 임 검사장을 '지공장님'이라고 불렀다. '공소청 지검장'이라는 뜻이었다. 비꼼이었다.
그리고 제안했다.
"1대1 공개 토론을 하시죠. 검찰청 폐지, 검사의 보완 수사권 필요성에 대해."
남선생의 예언대로였다. '이 견고한 얼굴 구조를 보십시오. 타협이 없습니다. 원칙과 소신이 바위처럼 단단합니다.'
그리고 그 견고함이, 이제 그를 고립시키고 있었다.
시스템 내부의 사람들은 그를 배척하기 시작했다. 그가 비판한 것은 시스템의 부조리였지만, 시스템 안의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임은정 검사장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의 얼굴에서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하나의 주제에 깊이 몰입하여 그 근원을 파헤치려는, 그 깊고 고요한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학자의 고독
어느 늦은 밤,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실.
임은정 검사장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왜 조직 내부에서 목소리를 내는지, 왜 동료들에게 비난받으면서까지 원칙을 고집하는지.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검사가 된 이유를. 자신이 평생 탐구해온 것이 무엇인지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현상들을 끈기 있게 관찰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본질적인 원리나 법칙을 찾아내려는 탐구자.'
남선생이 그의 얼굴에서 본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검찰이라는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그 시스템의 모순을, 그 시스템이 작동하는 원리를, 그 시스템이 무너지는 지점을. 그리고 그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뿐이었다.
학자의 방식으로.
하지만 세상은 학자를 원하지 않았다. 세상은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조용히 기능하는 톱니바퀴를 원했다.
그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불필요한 말을 삼가는 듯한 다부진 입매. 타협 없는 태도.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옳은 일을 했는가, 아니면 고집을 부린 것인가.'
남선생의 마지막 기록
2024년 겨울, 전주.
남선생은 뉴스를 보고 있었다. 검찰 내부 갈등에 대한 보도였다. 임은정 검사장의 이름이 화면에 나왔다.
"역시 그랬군."
그는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몇 달 전의 기록 아래에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학자는 진리를 탐구하지만, 진리는 학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가 발견한 것이 사람들이 보고 싶지 않은 진실일 때, 학자는 고독해진다. 그러나 그 고독이야말로 진리를 향한 자의 유일한 증표이다.'
남선생은 수첩을 덮었다.
촛불이 흔들렸다.
그는 다시 한번 몇 달 전에 본 그 사진을 떠올렸다. 넓고 평평한 이마. 깊이를 알 수 없는 눈.
"이 사람은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진리를 향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입니다. 고독한 순례자처럼."
남선생은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 예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실현되고 있었다.
어둑한 방 안에서, 남선생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역사에 이름이 남는 것보다, 자신이 발견한 단 하나의 진리가 후대에 전해지는 것을 더 큰 영광으로 여길 것이다."
개혁 5적.
그 단어가 공청회장에 떨어졌을 때, 한 학자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남선생의 마지막 기록
'진리의 수호자는 때로 진리를 수호하는 자들과 마주서야 한다. 그것이 시스템의 역설이다. 그리고 그 역설을 직시하는 자만이, 진정한 개혁자가 될 수 있다. 임은정이라는 이름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새겨진 학자의 기운만큼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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